조깅_황인숙
후, 후, 후, 후! 하, 하, 하, 하! 후, 후, 후, 후! 하, 하, 하, 하! 후, 하! 후, 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땅바닥이 뛴다, 나무가 뛴다. 햇빛이 뛴다, 버스가 뛴다, 바람이 뛴다. 창문이 뛴다. 비둘기가 뛴다. 머리가 뛴다. 잎 진 나뭇가지 사이 하늘의 환한 맨몸이 뛴다. 허파가 뛴다. 하, 후! 하, 후! 하후! 하후! 하후! 하후! 뒤꿈치가 들린 것들아! 밤새 새로 반죽된 공기가 뛴다. 내 생의 드문 아침이 뛴다. 독수리 한 마리를 삼킨 것 같다. ◆ 시·낭송_ 황인숙 -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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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해줘, 구름아`_박정대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피운다, 삶이라는 직업 커피나무가 자라고 담배 연기가 퍼지고 수염이 자란다, 흘러가는 구름 나는 그대의 숨결을 채집해 공책 갈피에 넣어둔다, 삶이라는 직업 이렇게 피가 순해진 날이면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어, 바르셀로나의 공기 속에는 소량의 헤로인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그걸 마시면 나는 7분 6초의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삶이라는 직업 약속해줘 부주키 연주자여, 내가 지중해의 푸른 물결로 출렁일 때까지, 약속해줘 레베티카 가수여, 내가 커피를 마시고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고 한 장의 구름으로 저 허공에 가볍게 흐를 때까지는 내 삶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내가 어떡하든 삶이라는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내 삶의 유리창을 떼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구름아, 그대 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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