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눔

`금호철화`_조정권

seondal 2011. 3. 1. 22:48
아, 이 금호철화(金號鐵花)
어려운 식물이지요 쇠꽃을 피웁니다
이 선인장의 성깔을 잘 알지 못하면 키우지 말아야 합니다
콘도르가 사막의 하늘을 맴돌다가 급강하해 앉은 모습
골 깊고 진녹색의 단단한 몸체엔 솟구치고 뻗친 가시들
보세요, 화살촉처럼 무장하고 있어요
가시들은 원산지에서 지나가는 말의 편자까지도 뚫고 올라옵니다
조심하세요 손
이놈들은, 뿌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시가 생명이지요
숨을 가시로 쉽니다 가시가 부러지면 썩기 시작하지요
어찌나 지독한지 뿌리를 몽땅 잘라 삼년을 말려두었다가
모래에 다시 심으면, 서너달이면 제 몸에서 스스로 새 뿌리를 내립니다
흙 나르는 수레바퀴에 구멍을 내는 것도 이놈들입니다
조심하세요, 가시가 살아있으니까
 
 
시_ 조정권 -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시편』, 『하늘이불』, 『산정묘지』, 『신성한 숲』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