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할 때 세 발만 물러서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해와 이해가 만나면
사랑이 된다”.
저녁마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정확하게 들어 왔던 남편의 귀가가 갑자기 늦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왜 늦게
들어오냐’고 물어봐도 묵묵부답인 이 남편을 아내는 오해하기 시작했다. 집에만
들어오면 피곤하다면서 그냥 쓰러지는 남편을 아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분명히 다른 여자가 생겼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신, 여자 생겼어?’라고 묻기라도 하면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하지마!’하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니 더욱 더 의심할 수밖에.... 그렇다고 월급에 손을
댄 것 같지는 않아서 참고는 살고 있었지만 오해는 계속 오해를 또 낳다 보니
이 아내는 남편하고 잠자리하는 것 조차 싫어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꼴보기
싫어지니 남편이 옆에 오는 것도 미웠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직장 동료들이 예고도 없이 집으로 들이 닥쳤다. 당연
히 남편이 앞장서서 왔으리라 생각했는데... 말도 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남편
동료들을 보면서 반갑게 맞이 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동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제수씨, 형수님’하면서 제법 떠들었을텐데 그날따라
조용히 와서 ‘김대리, 어디 갔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아내는 ‘왜 그걸 저한테
물어 보세요’라고 반문하면서 ‘오늘 회사에서 못 만나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상황을 눈치챈 동료들이 ‘그럼 아직 모르고 계셨어요?’라고 말하면서
남편이 얼마전 회사 구조 조정때 밀려나서 지금 어디선가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도대체 통화도 안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라서 이렇게
찾아왔다‘는 것이다. 날벼락같은 소리에 정신을 가까스로 차린 아내는 “그럼
우리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었단 말이에요? 언제 그랬어요? 왜 그랬대요?....”
아내는 쉬지 않고 물어댔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아내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왜 회사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를 안했단 말인가?
아내인 나에게 말 못할게 뭐가 있어서.... 그렇다면 그동안 남편은 어디 가서
시간을 보냈단 말인가? 달마다 가져다주었던 월급은 과연 어디서 나온 돈이란
말인가?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직장동료들은 이 아내를 위로한 뒤
가져왔던 선물을 주고 다시 돌아갔다.
텅 빈 집안. 아내는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눈물밖에 나오질 않았다. 남편이
한없이 미웠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측은해 지는 남편. 남편 얼굴을 보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괜히 두근거리는 가슴.... 이런 저런 생각에 1시간여를
보냈을 때 남편이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쳐서
들어오는 남편에게 달려간 아내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흐느껴
울었다. 무슨 말을 묻지도 않았다. 그냥 울기만 한 것이다. 그러다가 ‘왜 나한테
말 안했어? 왜?’라고 울부짖는 아내를 보면서 사태를 짐작한 남편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보, 조용히 해. 얘들 눈치채지 않게.... 내가 직장을
잃었다고 그러면 아이들이 기죽을거야. 우선 우리 아이들이 기죽어서 안돼!
그리고 지금 나, 새 직장 얻었어! 실직자도 아니야. 괜찮아, 그만 울어! 내가
당신 굶길 것 같아?”
5-3=2, 2+2=4. 이 산수 공식이 온 세상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나라가 왜
이꼴일까?’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 ‘5-3=2,
2+2=4’라는 공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세상이 그렇게 삭막
하지는 않을거라는 위안도 해보게 된다. 먼저 우리의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내
가 속한 직장에서부터 이 공식을 생활화 해 보자. 그것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지
름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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